'엔트로피'라는 것이 있습니다. 엔트로피는 무조건 증가한다는 것이 학문적 정의입니다. 그럼 이게 무슨 뜻이냐? 여러분들의 방이나 책상은 정돈된 상태에서 어질러지는 상태로 흘러간다는 것입니다. 이게 무슨 소리냐? 하면 통계학적으로 무질서도가 올라간다는 뜻입니다. 이 것은 여러분들의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전 우주적인 관점에서 어디에서나 통용되는 법칙으로 여러분들이 집을 치워도 치워도 계속 치운 것 같지도 않게 계속 어지럽혀지는 것은 우주의 법칙이라는 뜻입니다.
열역학 제2법칙
전체 계(system)의 엔트로피는 항상 증가하는 방향으로 일어난다는 뜻입니다. 그의 역, 즉 다시 말해서 엔트로피가 감소하는 방향으로는 흐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컵에 담겨 있던 물을 쏟았습니다. 그 물을 그냥 놔두면 수 억년이 흐른다고 해도 원래 컵에 담겨 있던 상태로 돌아갈 수는 없다는 말입니다. 예시를 들으면 쉽게 이해가 되시죠? 너무나 당연한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그저 당연하다 생각하는 것과 원리를 이해하는 것은 조금 다른 이야기 일 수 있습니다. 이 상황을 확률적으로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수십억 년이 흐른다면 이 물이 다시 컵에 아주아주 우연한 사건으로 인해서 들어갈 확률이 없을까요? 아닙니다 있습니다. 분명 엔트로피가 감소하는 방향으로 흐를(컵에 물이 다시 들어갈) 확률은 있기는 있습니다. 다만 그 확률이 너무나도 적어서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울 정도의 확률이라서 없다고 '간주' 하는 것이 열역학 제2법칙입니다.
확률의 사회적 의미
저는 물리학이나 수학적 의미의 확률과 엔트로피를 말하고자 함이 아닙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가 느끼고 경험하는 확률적인 일들이나 통계적 관점 그리고 그 확률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자세를 생각해 보고자 이 글을 적고 있습니다. 우리는 매우 적은 확률을 가진 일이 일어났을 때, '있을 수 없는 일'이라거나 '기적'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지?라고 인식하고 반응하는 일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무서운 병에 걸리거나 혹은 좋은 일에도 이런 표현을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과연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면 우리가 매일 자동차를 타면서 사고가 날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우리는 1%의 확률이라 하면 매우 희박한 확률이라 생각하겠지만 생각보다 꽤 높은 확률입니다. 만일 우리 국민 5천만 명이 하루에 1%의 확률로 어떤 사건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면 무려 50만 명이 이에 해당합니다. 과연 이를 희박한 확률이라 할 수 있을까요?
확률은 온 우주를 지배한다
무속인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신 분들이라면 이런 이야기를 들어보신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물을 조심하라거나 불을 조심하라거나 하는 말들을 말이죠. 이는 모두 확률적인 관점에서 '충분히 일어날 법한' 이야기입니다. 일정회차의 사건이 일어나면 반드시 확률적으로 특정 이벤트가 일어나게 됩니다. 그것이 확률입니다. '머피의 법칙'이라는 재밌는 이론이 있습니다. 물론 노래도 있지만요. 이는 1949년 미군 에드워드 머피 대위가 처음 사용한 말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러 가지 방법 중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다면, 반드시 누군가는 그 방법을 사용한다.'라는 말을 했고, 안 좋은 일은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뜻으로 사용했지만, 사람들은 약간 다른 뜻으로 사용하기 시작해 현재까지 이어진 말입니다.
액땜과 독립시행
전통적으로 '액땜'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합니다. 요즘 같은 연초나 어떤 일의 시작부근에서 나쁜 일을 겪은 사람을 위로하는 차원에서 이런 말을 사용하고는 하죠. 그 뜻은 나쁜 일이지만, 크지 않은 나쁜 일로, 더 나쁜 일이 일어날 가능성을 줄였다. 정도의 의미가 될 것 같습니다. 무속신앙적인 느낌이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과학적으로 또는 수학적으로도 이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는 일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으로 '도박사의 오류'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도박사의 오류라는 것은 이 전에 일어난 사건이 다음에 일어날 사건과 아무런 연관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연관 지어 생각하는 것을 말합니다. "지금까지는 짝수가 나왔으니 이제 홀수가 나올 거야."같은 의미입니다. 사실 이는 독립적인 시행. 즉 이전에 어떤 결과 값이 나왔든지 얼마든지 더 나올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확률적 오류를 범하는 것이지요. 독립시행의 회차가 반복되어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상황이 되며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입니다. '액땜'으로 큰 화를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요.
객관적 시각의 생활화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우리는 그 결과를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저 좋은 쪽으로만 생각하며 그것을 운의 없음 또는 좋음으로 결론 내려버리면 우리 스스로의 발전을 기대하기는 힘들어집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일들은 조금만 분석해 보면 원인과 결과가 명확한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그중 하나의 잣대가 바로 확률이라는 개념입니다. 저도 수학은 싫어하고 못하지만 이 확률적인 생각은 끊임없이 하고는 합니다. 비 과학적인 믿음을 토대로 사건을 바라보지 마시고, 과학은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도 확률적인 생각을 조금만 해보시면 납득 가능한 결과를 추론하실 수 있을 거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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