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가난합니까? 아마도 대한민국의 절반은 그렇게 답해야만 합니다. 가난이라는 것은 상대적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절대적 빈곤이라는 개념도 있습니다. 그러나 의식주를 해결하지 못하는 수준의 절대적 빈곤 인구의 숫자는 아주 많은 수치는 아닙니다.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는 말이지요. 감히 제가 어느 정도가 절대적 빈곤이다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기초생활수급자 현황을 보면 대략 4% 정도의 인구비율을 차지합니다.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안타까운 소수의 예외적인 분들도 계시겠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그렇습니다. 96%의 대한민국 국민은 적어도 절대적으로 빈곤한 사람들은 아니라는 말이지요.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요? 나 스스로 풍요롭다 생각하시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요? 여러분들도 한번 생각해 봐주시길 바랍니다. 당신은 풍요롭습니까?
당신은 상대적으로 빈곤합니다.
상대적 빈곤은 각 국가나 사회마다 설정한 기준선 이하를 간주하기에 모두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세계은행은 개발도상국은 평균 가구소득의 1/3을, 선진국은 1/2을 적용합니다. 또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중위소득의 40%,50%,60% 등을 사용합니다. 중위 소득이란 전체 인구를 소득순으로 나열했을 때, 가운데에 지점에 있는 인구의 소득을 말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중위소득의 50%를 상대적 빈곤층으로 산정하고 있습니다. 2023년 기준 1인 가구는 202만 원 정도, 4인 가구의 경우 540만 원 정도입니다. 이 중 50% 미만의 경우 상대적 빈곤층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국제기구이든 우리나라 정부이든 나름의 잣대를 가지고 이를 수치화하지만 우리들이 직접 느끼는 느낌은 어떠할까요?
요즘 애들은 나약해서...
기성세대들은 흔히들 그렇게 말합니다. 그 유명한 '나 때는'이라는 말을 시작으로 말이죠. 물론 그러했습니다. 그분 들의 시대에는 누구라도 열심히 살았습니다. 찬 밥 더운밥 가리지 않고 일자리만 있으면 열심히 그렇게 살았습니다. 저축도 열심히 하고 말이죠. 당시에는 '누구라도' 그렇게 살았던 분위기였으니까요. '상대적 박탈감'이 지금 보다는 현저히 낮았죠. 경제적으로 부족한 것이 흠이 아니었고, 무엇이든 열심히 일해서 저축하면 많은 이자(연 10% 이상)를 주던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힘든 시절이었죠. 요즘의 여러분들과는 많이 다릅니다. 그렇다고 그분들이 지금의 젊은 세대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나무랄 수는 없습니다. '절대적 빈곤의 시대'를 겪으며 열심히 노력해 경제성장을 이룬 것은 명백한 사실 이니까요. 진짜로 밥 굶는 시기에 힘든 육체적 노동을 하며 살아 경제적 풍요를 이룩하신 분들입니다. 다만 그들의 그러한 삶이 지금의 상황과 너무나 판이하게 달라 이해하기 힘든 것뿐이지요.
꼰대들 같으니라고..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기성세대를 바라보며 이런 불만을 이야기합니다. 그때와는 세상이 다르다. 힘든 취업문, 낮아진 금리, 높은 집 값 등등. 맞습니다. 당시의 세대와는 전혀 다른 세상입니다. 전혀 다른 세상을 두고 서로 이해하지 못하며 비난하는 세상이 되어 버린 겁니다. 완전 남도 아닌 부모 자식 간에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이는 경험의 차이에서 오는 부조화입니다. 당신도 그리고 당신과 다른 세대의 그 사람도(당신이 어디에 속해있든) 서로 옳은 말을 하고 있는 겁니다. 다만 그 무대가 달라진 걸 서로 모를 뿐이죠. '나는 옳고, 너는 틀리다'라는 주장은 이제 틀립니다. 사실 모두가 옳은 말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한 세대는 밤의 풍경에 대해 말하고 있고, 다른 한 세대는 낮의 풍경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그 걸 인지하고 서로가 서로의 세상이 다름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모든 해결책은 나올 수 있습니다.
온라인 세상과 상대적 빈곤
온라인 세상은 상대적 빈곤을 더 부각해 줍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세상에 나의 힘듦을 자랑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나의 어려운 이야기는 하지 않습니다. 좋고 아름답고 자랑스러울 만한 이야기를 하지요. 어떤 이는 커뮤니티에는 거짓말쟁이만 있다고도 합니다.
저희 조카가 말합니다.
"삼촌, 우리 반 애들은 거의 매주 제주도를 가는 거 같아."
그러더니 그런 말을 덧 붙입니다.
"거짓말이겠지?"
아닙니다. 사실일 겁니다. 저희 조카의 반 학생 수는 대략 26명 정도 됩니다. 1년은 총 52주이지요. 방학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26명이 모두 제주도에 1년에 1번 정도 간다고 한다면 2주에 한번 꼴로 제주도에 가는 학생이 생길 수 있겠지요. 물론 모두가 매년 제주도를 가지는 않겠지만 코로나시대라는 특성상 그랬던 것으로 보입니다. 2주나 3주에 한 번씩 제주도를 가는 친구들이 있다면 초등학생의 눈에는 아마도 매주 가는 것처럼 보였을 것입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세상은 그렇습니다. 모두가 거짓말을 하는 것도 아니고 불특정 다수가 한 번씩 자랑스러운 콘텐츠를 올리면 그걸 보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세상의 모든 사람은 다 풍요롭고 행복한 일들만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저희 조카의 친구들이 매주 제주도를 간다고 생각한 것처럼 말이죠. 나의 현실은 매우 힘들다고 느끼는데, 불특정 다수의 행복한 모습을 보면서, 사실은 상대적 빈곤층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빈곤한 마음을 느끼기 너무 쉬운 세상이 되어 버렸죠.
당신은 미래는 가난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현재 가난한지 아닌지는 모르겠습니다. 혹시 그렇다 하더라도 당신의 미래는 절대 가난하지 않을 것이라 단언할 수 있습니다. 심리적 빈곤에 빠지지 않고 하루 1% 의 발전을 이룰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면 당신의 미래는 그 누구보다 풍요로워질 수 있을 것이라 단언합니다. 당신의 2024년을 응원하고 상대적 풍요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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